축구
남태희, 문선민, 석현준…벤투의 믿음에 가능성으로 답하다
올해 마지막 A매치 평가전을 마친 파울루 벤투(49) 감독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시험대에 올랐던 선수들이 벤투 감독의 마지막 경기에서 골을 터뜨리며 기대에 부응했기 때문이다.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호주 브리즈번의 퀸즐랜드 스포츠 육상센터(QSAC)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전반 9분 남태희(알 두하일)의 선제골로 포문을 연 한국은 전반 24분 황의조(감바 오사카) 후반 24분 문선민(인천 유나이티드) 후반 36분 석현준(스타드 드 랭스)의 릴레이골로 우즈베키스탄의 골문을 폭격했다. 한국이 A매치에서 4골 이상의 대승을 거둔 것은 2018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 라오스전에서 5-0 승리를 거둔 뒤 약 4년 만이다.오랜만에 시원한 골 잔치를 봤다는 것 이상으로 그 안에 담긴 의미까지 반가운 경기였다. 득점의 주인공이 모두 다른 데다 그동안 득점이 없어 고민하던 공격수들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던 선수가 골을 신고했기 때문이다. 손흥민(토트넘) 같은 에이스에게 견제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더 많은 득점 루트가 생긴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아시안컵은 물론이고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 장기적으로 여러 장의 카드를 고민해야 하는 벤투 감독에게 이날의 4골이 반가웠던 이유다. 득점을 올린 선수들 역시 골맛을 봐야 하는 각자의 이유를 갖고 있었다. 선제골의 주인공인 남태희는 벤투 감독 부임 이후 꾸준히 대표팀에 승선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고, 자신의 A매치 복귀전이었던 코스타리카전에서 골을 기록한 뒤 6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다. 하지만 부동의 선발로 매번 기회를 얻은 데 비해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며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거듭되는 비판 속에서도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잡은 남태희는 전반 9분 이용(전북 현대)의 크로스를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연결, 완벽한 선제골을 만들어 내며 벤투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반 5분 부상으로 쓰러져 들것에 실려 나가는 바람에 그 이상의 활약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점이다.후반에 교체돼 나란히 골을 기록한 문선민과 석현준 역시 누구보다 골이 반가웠던 선수들이다. '깜짝 발탁'으로 월드컵 무대를 경험하고 돌아온 문선민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독일전에서 소극적인 플레이를 보여 주며 비판의 대상이 됐다. 10월 A매치 평가전을 통해 오랜만에 대표팀에 돌아온 석현준도 기대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한 활약이었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자칫하면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벤투 감독은 두 선수에게 기회를 줬고, 그동안 득점을 올리지 못하며 공격수로서 힘든 시간을 보냈던 두 선수는 이날 골로 막혔던 숨통을 틔웠다.이들의 골은 그동안 손흥민과 황의조에게 집중됐던 대표팀의 득점 분포도가 한층 넓어지는 효과를 가져왔다.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많아진다는 것은 상대가 견제해야 할 선수가 많아진다는 뜻이 된다. 당장 아시안컵에서도 손흥민, 황의조에게 견제가 집중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 남태희와 문선민, 석현준의 골은 이들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중요한 '옵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벤투 감독은 이번 원정 출국길에서도 아시안컵에 대비해 여러 선수들을 관찰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바 있다. 우즈베키스탄전이 끝난 뒤 "선수가 바뀌어도 같은 모습을 펼치는 게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다. 아직 발전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우리 대표팀이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다"며 만족스러운 기색을 보인 벤투 감독은 "끝까지 선수들의 플레이를 관찰한 뒤 아시안컵 엔트리를 정하겠다"고 덧붙였다.김희선 기자 kim.heeseon@jtbc.co.kr
2018.11.22 06:00